한국의 경우 안보 효과성 문제, 성별 형평성 문제, 인구 감소 문제의 세 축에서 여성 징병제 또는 복무지원제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군대에 이를 적용했을 때 그 효과성과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개인적인 판단도 보류 중인 상태입니다.
다만 대표적인 여성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군의 사례를 보면 논의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나무위키에 이스라엘군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이 나옵니다. (나무위키의 정보는 물론 100% 정확하진 않습니다. 나무위키는 가독성 좋게[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을 뿐입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찾으신다면 관련 뉴스나 인터뷰, 논문 등을 직접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남자는 2년 8개월, 여자는 비전투병은 2년, 전투병은 2년 8개월 간 복무한다. 이후 의무 복무를 마친 군인들은 예비군으로 등록되고 45세까지 복무해야 하며, 지원에 따라 최대 51세까지 복무할 수 있다. 의무 복무를 마친 군인 중 군의 필요에 따라 예비군은 면제되는 대신 직업군인으로서의 장교나 부사관이 될 수 있다. 직업 군인들은 이스라엘군의 지휘 및 행정의 중추 역할을 한다. 사관학교나 조종사 학교 또는 특수 군 기술학교 졸업생들은 일정 기간 직업 군인으로 복무해야 한다.
계급에 따른 서열문화도 한국보다 느슨한데 관등성명이 따로 없을 정도로 수평적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자주 나온다. 후임병이 선임병을 부를 때는 물론 일반 사병이 지휘관을 부를 때도 '써(Sir)' '미스터(Mr)' 등을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군과의 가장 큰 차이는, 상부에서 정해놓은 군내 규율만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에 방해되는 똥군기가 적다.
휴가는 한국보다 더 많이 준다. 소속 부대 또는 전쟁을 포함한 특수한 상황에 따라 휴가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 병들은 최소 1~3주에 한 번씩은 귀가해 휴식을 취한다. 보병의 경우 1주 또는 2주에 한 번 꼴로 2~3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기 때문에 보통 목요일 오후 또는 금요일 오전에 부대를 벗어나 일요일 오전 군에 복귀한다. 주말을 끼고 최대 60시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행정 · 정보 · 통신 등 일부 비전투 부대원은 매일 출퇴근도 가능하다. 이들은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면서 '805'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휴가를 귀가로 부르는 군인들도 많다. 한국 공군 장병들과 동일하게 출퇴근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집으로 퇴근한다. 물론 휴가는 지휘관들이 통제할 수 있기에 장교들은 병사/수병에게 휴가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으로 벌을 준다.
장군으로 승진 못하면 45세에 예편해야 할 정도로 연령정년이 짧다. 이것은 크게 2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 우수한 장군이 빨리 진급할 수 있게 해준다. 관료제 하에서 이스라엘군이 아무리 임무형 지휘체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들 윗자리에 우수한 장군이 있고 없고가 리더십에 큰 차이를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멍청한 소대장은 30명을 죽일 뿐이지만, 멍청한 여단장은 2,000명 넘게 죽일 수 있다. 한국군의 똥별을 보면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권위의식에 의한 예우 같은 허세를 부린답시고 국방비를 낭비하지 않는 아주 실용적인 문화이다. 직업 군인의 정년이 길면 월급을 올려줘야하고 숫자도 늘어날 테니 그에 따른 국방비 부담도 증가한다. 한국군의 부사단장을 보면 이스라엘군의 짧은 계급정년이 얼마나 국력을 강화시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2가지 장점은 한국식 나이 서열 문화와 정반대이므로,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단점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국의 공직사회는 실적주의 문화라서 저 나이에 예편했다 해도 오라는 곳이 많다. 애초에 이스라엘군에서 대령까지 달았다는 것은 보통 능력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투복의 복장 규정이 자유롭다. 상의 단추를 반쯤 풀고 다녀도 되고 상의를 바지 윗단에 넣니 빼니하는 규정도 없다. 잡다한 고물 군복이나 그냥 사복을 대충 걸치고 싸워야 했던 옛 전통이 살아있다. 휘장 등도 잘 달지 않는데, 제대로 꾸미고 각잡힌 군복을 입는 건 시간이 남아도는 땡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탓이기도 하다. 어차피 정복 대용으로 입는 근무복이 총원 나오기 때문에, 옷을 꾸밀 일이 있으면 그걸 꾸며 두고 전투복은 막 입는다.
여군은 병력 비율도 2014년 이스라엘 군 발표에 따르면 현역 군인 176,500명 가운데 여군이 33%인 58,000여 명이다.
원체 인구가 적다 보니까 상비군이 20만도 안된다. 그래서 마침 여성도 사람이라는 평등주의적 사고와 맞물려 여성도 징병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아랍 국가의 적성 남군들에게 성폭력을 당할 것이 우려되어 남군보다 더 엄격한 선발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선발된 여군들도 대부분 후방 지원인력으로 보내기 때문에 전투원으로 복무하는 여군은 거의 없다. 즉 한국에서는 행정, 취사 등의 지원업무를 이스라엘에서는 여군이 거의 전담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강한 여성도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전투병과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있으며 후술하다시피 혼성전투부대도 창설되었다. 성경에서 언급되는 드보라는 여성이었지만 현명하면서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가진 전사로 묘사되었다. 전투병과에서 여성이 배치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여성이 최전선에서는 좀 배제되는 이유도 아랍계 남성 적군들이 이스라엘의 여군을 심하게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 크다. 전투병과의 여성은 남자랑 똑같은 강도로 훈련시킨다. 다만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정말 남자 못지 않은 체력의 여성만 전투부대에 들어갈 수 있어 전투원으로 배치되는 여성이 여군 중 4% 정도라고 한다.
이스라엘 같은 경우에는 양성 징병제를 시행하는데도 불구하고 OECD 국가중 출산율 1위이다. 이스라엘 방위복무법 제39조에 의해 여성이 기혼자, 임신한 여성, 아이의 어머니가 되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이 면제된다. 그래서 군대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이 종교상의 이유로 면제를 받거나 임신을 해서 여성 징병률은 떨어지는 편이다. 2020년 기준 실제 여성 징집률은 입대 가능한 여성의 55%이다.
임신으로 병역을 완전 면제 받는 경우는 9~10% 내로 보인다. 합계출산율과 같은 수치는 사회의 다수에 의해 결정되어, 프랑스 같이 이민자 출신 어머니가 19% 가량이고 합계출산율이 원주민보다 1명 많은 경우에도 0.1 정도만 출산율을 올린다. 차라리 군대와 관련된 출산의 효과라면 면제를 받기 위해 자식을 많이 낳는다기보다는, 여자라도 군대에 가거나 사회복무요원을 해낼 정도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출산휴가를 주어도 일을 못해내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직장에서도 아이를 엄마가 일하는 곳에 데려올 수 있을 정도로 출산으로 불이익을 적게 주고, 여성 자신도 일과 출산을 병행할 의지가 높은 부분이 클 것이다. 군복무 자체가 한국 같은 문화권처럼 지배를 견디는 능력을 기르는 요소보다는 독립성과 책임감을 길러낸다는 요소가 강조되는 편이다. 면제의 이유도 종교와 같은 신념의 문제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제도만 성급하게 바꿀때 한국의 경우엔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회적 인식이 함께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징병 논의 이전에 현재 한국군 내부의 존재하는 문제들부터 개혁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형평성을 위해 부당함을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진 않을 것입니다.
군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점진적으로 개선된 후에 비로소 여성징병제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같습니다.